서울과 부산 영화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다는거 아시나요
느와르, 액션, 로맨스를 중심으로 본 지역색의 미학
한국 영화는 오랜 시간 동안 지역적 배경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분위기와 정서를 담아냈습니다. 특히 서울과 부산은 가장 자주 스크린에 등장하는 두 도시이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적 미장센을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느와르, 액션, 로맨스 세 장르를 중심으로, 서울과 부산이 각각 어떤 영화적으로 다른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지 차이점을 분석해보겠습니다.
1. 느와르: 서울의 ‘냉소’ vs 부산의 ‘혈기’
느와르(Noir)는 어두운 분위기, 도시의 부패,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그리는 장르입니다. 서울과 부산은 같은 한국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느와르 장르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서울 느와르: 조직보다는 정치적인 시스템
서울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 영화는 주로 도시 권력 구조 안에서의 음모와 배신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영화 <내부자들>은 서울 정치권과 언론, 기업이 얽힌 구조적 부패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서울은 회색빛 고층빌딩과 사무실, 밤거리의 형광등 아래에서 냉정하고 계산적인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 부산 느와르: 조직의 이야기, 남자들의 땀냄새가 날 것 같은 갈등
반면 부산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는 훨씬 육체적이고 정서적입니다. <범죄와의 전쟁>이나 <친구>와 같은 영화들은 조직 간의 의리, 배신, 복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부산 사투리 특유의 강한 어조가 등장인물의 감정을 증폭시킵니다.
부산의 항구, 시장통, 골목길은 사람 냄새 나는 느와르 배경으로 자주 사용되며, 감정선이 드러나는 액션과 대사가 특징입니다.
2. 액션: 서울의 기술 vs 부산의 본능
한국 액션 영화도 지역에 따라 스타일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서울은 세련된 카체이싱과 전략적 액션, 부산은 육탄전, 거리의 생존 액션이 중심입니다.
● 서울 액션: 정교함과 도심 속에서의 긴장감
<베를린>, <암살>, <신세계> 같은 영화들은 서울 도심 속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많습니다. 이곳의 액션은 정치적, 정보전, 스파이 영화 스타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등장인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계산이 들어갑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구조적인 긴장감과 함께 “숨 막히는 이중 플레이”를 잘 담아냅니다.
● 부산 액션: 투박하지만 강렬한 에너지
부산은 언덕길, 항구, 주택가, 산복도로 등 물리적 지형의 다양성 덕분에 원초적인 액션이 잘 살아납니다. <부산행>은 좀비 액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이 도시 특유의 역동성을 잘 보여줬고, <해운대>에서도 좁은 길과 높은 지형을 활용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산은 두 주먹으로 말하는 캐릭터들, 달리는 추격전, 터질 듯한 감정선이 액션을 더욱 극적으로 만듭니다.
3. 로맨스: 서울의 고독 vs 부산의 따뜻함
마지막으로 로맨스 장르에서 두 도시의 분위기는 상반됩니다.
서울은 고층건물과 도시의 쓸쓸함 속 개인의 외로움을, 부산은 바다와 햇살 아래에서의 풋풋함과 서정을 전합니다.
● 서울 로맨스: 도시적이고 감성적인 고독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같은 영화 속 서울은 세련되면서도 등장인물들이 외로움이 많이 표현되는 공간입니다. 각자 노트북만 바라보는 커피숍, 각자 핸드폰만 바라보는 지하철, 좁아터진 오피스텔, 퇴근길 도시 야경 같은 배경이 주를 이루고, 인물들은 관계에 서툴고 감정을 숨기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서울의 로맨스는 감성적이고 절제된 미학 속에서 시간을 이겨내는 사랑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부산 로맨스: 생동감 있는 청춘과 감정의 직진
반면 부산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는 좀 더 직설적이고 따뜻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나 <연애의 온도> 같은 작품들은 지역적 특색과 함께 인물들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바닷바람과 시장 풍경, 산복도로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부산은 사랑을 표현할 때도 거리낌이 없고, 보다 인간적이고 살아 있는 온기를 전합니다.
마치며
서울과 부산은 한국 영화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톤과 캐릭터를 규정짓는 정체성입니다.
서울은 이성적이고 구조적인 미장센, 부산은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밀도를 지닌 도시입니다.
같은 장르라도 어디서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탄생하는 이유는, 바로 도시의 리듬과 사람들의 에너지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도, 앞으로는 영화를 보시면서 이러한 지역별 차이점을 보면서 영화를 감상하세요.
그 안에 숨겨진 스타일의 차이, 정서의 결이 한층 더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겁니다.